퇴사, 가치관 그리고 회고록
정말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쓰게 되는데, 드는 생각과 근황, 회고에 대해서 적어보려고 합니다.
[퇴사]
2023년 5월에 입사하여 2024년 12월 부로 퇴사를 하게 되었는데, 사유는 권고사직입니다.
회사의 상황이 어려워지는 것은 알았지만, 인원감축을 해야 할 정도로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 해본 적 없었고, 뉴스에서만 보던 일이 저한테도 일어나게 될 줄 몰랐습니다.
처음에는 갑작스러운 소식에 많이 당황도 했고, 이유가 뭐 일까도 생각해 봤는데, 이미 제가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기에 누군가를 원망한다거나, 지난 일에 신경 쓰기보다는 단념을 하게 되고, 다음 스텝을 밟기 위해 준비를 하며 보냈습니다.
원래의 계획은 경력 5년은 최소 채우고 난 이후에 도전해보고 싶었던 세계여행이나 영어 회화, 호주 워홀도 실행해보려고 했습니다.
원래 계획한 것이 모두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듯, 제 계획 또한 1년 앞 당겨졌다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회사에 다니는 동안에도 배운 게 정말 많고, 노션에 정리해 둔 것을 블로그로 하나씩 정리해 나갈 생각이기도 하고 꼭 회사나 데이터엔지니어에 관련된 것뿐만 아니라 견문을 넓히기 위해 이번 기회에 넘어진 김에 계속 누워 있으면서, 여러 가지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해보려고 하는데, 제가 회사에 다니는 동안 늘 입에 달고 다니던 것들이 있습니다.
- 정말 다른거 신경하나도 안 쓰고 책만 읽어보고 싶다(소설, 전공책, 자기 개발서 불문)
- 나도 시간쪼개서 운동하는 게 아니라 운동에 매진해서 건강한 상태의 몸을 만들어 보고 싶다.
- IT, 데이터엔지니어 업계뿐만 아니라 내가 정말 이 업계에 잘 맞는지 다른 업계도 경험해보고 싶다.(경험을 위한 단기 알바, 주식 공부해 보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확인하기 등)
- 해보고 싶었던 공부들(기술공부,영어회화)과 기본기 공부(backend, CS, 신기술 등등)
퇴사를 한 이후에 여러 가지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고, 여행을 하면서 정말 혼자 생각할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중에 첫 번째는 가치관의 정립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가치관의 정립]
어떻게 보면 되게 책이나 위인의 명언에서 나오는 얘기들과 비슷한데, 결국 흔히 말하는 성공한 사람들의 생각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치관의 정립이 중요한 이유는 결국 내가 어떤 결정을 했을 때 행복할 수 있는가? 즉, 행복으로 귀결되는 것 같습니다.
결국 모든 일과 결정들은 본인이 행복한 방향으로 찾아가게 되는데, 그래서 자신이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떤 것을 싫어하는지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닌, 글로써 정리해 두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본인의 선택들이 가치관에 가깝게 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하고, 그게 곧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아래 예제처럼 나누어서 정리하곤 합니다.
ex)
[좋아하는 것]
- 주변을 환기하고 정리하기
- 성장
- plan B, back door, blue ocean
- 기념하는 것
- 휴식을 충분히 취하는 것
[싫어하는 것]
- 명확한 이유가 없는 것
- 같은 일 반복, 발전이 없는 삶, 당연해지는 것
- 너무 자극적이거나 허무맹랑한 것
[돈의 의미]
퇴사를 하게 되니까 특히 경제적인 상황에 대한 걱정이 제일 크게 들었는데, 이번 기회에 깊게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1. 돈은 쓰는 게 어렵다
일을 쉬고 있는 사람들이 불안한 이유 중 하나는 '돈을 제대로 쓰는 법을 몰라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생계의 이유를 제외하고는, 이제 돈을 모을 만큼 모았고 드디어 돈을 쓸 시간이 주어졌는데, 막상 판을 깔아주니 돈을 쓰는 법을 모르니 '이러느니 차라리 돈을 더 벌고 말지' 하는 상황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돈도 결국 왜 버는가? 에 대한 본질을 살펴보면 행복해지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대부분이 목표나 목적 없이 그저 돈을 모으는 데에만 치중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돈 ~~ 모으는 게 목표야", "모아서 뭐 할 건데?", "그냥 일단 모으는 거지, 집 장만을 해도 되고" 이게 일반적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실제로 집이 삶의 전부 일 정도로 본인의 최종 목표인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떡볶이만 먹어도 행복할 수 있고, 누군가는 파인다이닝을 먹어야 행복할 수도 있는데 , 마냥 돈을 모으는 게 목표가 돼 버리면 자신이 어떤 것을 좋아하고 그에 맞게 소비를 해야 되는지 경험치가 안 쌓이고 가치관 정립도 못하는 그런 현재를 살지 못하는 삶이 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그에 맞게 소비를 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돈을 잘 쓰는 게 버는 것보다 더 어렵고, 중요한 것 같습니다.
2. 고점이 높고, 저점도 낮은
제 가치관 중 하나는 부자뿐만 아니라 성공한 사람의 특징은 정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게 되면 경험을 위한 시도조차도 하지 않게 되고, 그렇게 되면 본인이 앞으로 살면서 내릴 선택들에 대해서 좁은 시야에서 보게 되고, 편협적이고 일방적인 선택지만 있게 되기 때문에 더더욱 여러 경험을 하며 실패를 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롤 프로게이머 중 페이커의 '미움받을 용기'가 제 가치관과 부합하는데, 물론 대부분의 실패에 대한 주변의 시선은 프로답지 못하고 기량에 있어서 저점이 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매 순간 대중들과 팀원에게 욕먹을 것이 무서워서 더 나은 선택일 지도 모르는 것에 대해서 경험하지 않으면 고점이 높은 슈퍼스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사업을 7번 망했지만 3번 성공시킨 부자들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직장인 월급보다 더 잘 벌고 싶으면, 잃는 것에 중점을 두지 않고 더 잘 버는 것에만 신경 쓰는 가치관이 중요해 보입니다.
매도 맞아본 사람이 잘 맞는다는 말이 있듯이, 너무 크게 넘어지지만 않는다면, 넘어진 경험들을 반복하지 않도록 개선해 나가는 게 제일 중요해 보이고, 이 또한 무서워서 시도 조차 하지 않는다면 옳고 그름에 대한 데이터가 없어서 판단을 못할 것 같습니다.
또 하나 드는 생각은 다양한 방법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이 있겠지만, 절약을 하여 돈을 모아 부자가 된 사람과 말 그대로 잃기도 하고 벌기도 해본 부자와 비교해 봤을 때는 고점과 저점(마인드셋)의 차이가 클 것 같습니다.
자신의 물건을 고쳐가며 쓰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미련 갖지 않고 과감히 버리는 것도 이와 관련된 가치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퇴사 이후 해외여행을 왔을 때 이러한 가치관과 비슷한 일화가 하나 생겼는데, 시장에서 5000원 주고 옷을 샀는데, 나중에 현지인 말로는 2500원짜리 옷을 올려쳐서 부른 가격이라고 했었습니다. 사실 이 정도는 넘어진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지만, 이러한 사소한 것들에 신경 쓰면 돈을 쓰면서도 행복해지지 않고 오히려 기분만 상한다고 생각하기에, 저는 어느 정도 사소한 것들은 신경 안 쓰고 넘어가려고 했었습니다.
영화 기생충에서 나온 대사 중 하나가 "부자들은 남을 쉽게 믿는다"인데, 왜 그럴까 곰곰히 생각해 보면 사소한 것에 신경 쓰면서 현재를 낭비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그 이유라고 생각이 됩니다.
물론 크게 넘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늘 의심도 해야 하는데, 의심을 해도 당하는 게 요즈음인데, (가령 전세사기나, 주식에서의 세력, 덤터기 씌우는 담합, 보이스피싱 등등..)
이런 것들은 대부분 사람의 심리를 이용해서 거절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게 해서 넘어지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사람이 한 번도 안 넘어지는 편안한 인생을 살 수 있을까 싶습니다. 미리미리 넘어져 보지 않으면(흔히 주식에서 말하는 수업료) 의심을 할 수 있을 만한 데이터도, 거절할 수 있는 용기와 판단도 없기 때문에 정말 크게 넘어질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사소한 건 경험했다 치고 넘어가는 것이 크게 넘어지는 것을 방지하고, 현재에 얽매이지 않고 더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가치관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실패했던 경험했던 것들을 운이 안 좋았다고 생각하고 넘어가는 것이 아닌, 바둑의 복기나 프로게이머들의 경기 리플레이 분석과 같이 꼭 짚어 보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더 잘 사는 법]
1. 운 7기 3
제 가치관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지나와보니, 첫 취업부터 이직까지 그리고 세세히 살펴보면 모든 것들이 운 7기 3에 해당하지 않나 싶습니다.
제 첫 취업은 공공기관상대로 사업을 따낸 컨소시엄의 하도급의 하도급(계약직)으로 시작을 하게 되었는데, 그 조차도 사회 초년생 신분에서는 월급 220의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기에 경쟁률이 엄청 몰렸었습니다. 당시에 군대를 전역하면서 DB관련 공부를 해두었기 때문에, 많은 지원자 중에서 3명을 뽑는 명단에 들어갈 수 있었고 이후에도 컨소시엄의 주 사업체 쪽과 잘 지내며, 끊임없이 회사에 자리 없는지 있으면 들어가고 싶다는 그런 어필을 해왔고, 결국 추천서를 써주신 고마우신 직원분으로 인해 첫 회사에 정말 비교적 손쉽게 한 번에 취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든 상황이 운이 딱딱 맞아떨어졌지만, 공부를 해와서 계약직 3명 안에 들어갈 수 있게 된 노력도 한 몫했고, 또한 꾸준히 어필을 하여(하지 않았으면 많은 게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회사에 들어가고 싶다고 노력한 것도 기 3에 속하지 않나 싶습니다.
최근의 직장에 이직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서류를 19개 넣어서 총 8개 정도가 붙었고, 그중에서도 면접까지 간 곳은 총 4군데였습니다. 이직하기 직전의 직장에서 사실 데이터엔지니어와 관련된 프로젝트는 1개였었는데, 그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따로 학습을 하여 데이터엔지니어와 최대한 가까워지려 했고, 들어간 프로젝트 내에서도 데이터엔지니어로써 할 수 있는 업무는 어떤 것이 있을지 꾸준히 탐색하고, 다른 구성원에게 질문도 하며 나름의 지식을 쌓아간 것 같습니다.
결국 이 모든 것도 데이터엔지니어 경력이 없던 저를 뽑아 줄 수 있었던 운 좋은 환경이였겠지만
(실제로 들어보니, 최근의 직장에서는 연봉이 맞지 않아 연속으로 지원자들이 포기해서 저한테 까지 기회가 올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저 또한 지원한 수많은 지원자들 중에서도 눈에 띄었기에 뽑힐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세상 모든 것이 본인 뜻대로 되지는 않고 운에 맡겨지는 일이 많겠지만,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다 보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확률도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 제가 살아갈 날도 이와 같은 마인드로 살아갈 것 같습니다.
2. 건강과 운동
저는 "강한 정신은 강한 육체에서 나온다" 이 문구가 정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이 드는 게,
원시 시대 때에는 현대보다는 비교적 생각할 것이 덜 있었고, 자기 육체 보존하는 게 가장 큰 목표였었고, 현대라고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건강한 것이 크게 넘어지지 않은 것이고 나머지 것들은 우선순위에서는 후 순위의 것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건강하게 사는 것이 최우선 목표가 되는 게 현실적으로도 이상적으로도 맞습니다.
3. 결국에는 사람
퇴사를 하고 생각을 해보면,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남는 것은 결국 사람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사람들과 살아가는 특히나 이런 대도시에서는 사람들과의 인맥뿐만 아니라 같이 일했었던 추억으로도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다른 환경에 새로 도전하게 되었을 때도 모든 사람들에게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정말 주저리주저리 썼는데, 생각할 시간도 많고 드는 생각도 많아서 글로 남기며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싶었습니다.